스페인 고속열차 충돌, 64명 사망…한국인 6명 경상
9개월 만에 또다시 발생한 대형 참사, 철도 안전 경고음

- •2026년 10월 28일 스페인 톨레도 인근에서 렌페 AVE와 이리오 열차가 정면 충돌해 최소 64명이 사망했다.
- •한국인 탑승객 6명은 가벼운 부상을 입어 대사관 지원을 받고 있으며, 외교부는 경상자 9명을 확인했다.
- •지난 1월 코르도바 사고 이후 9개월 만에 발생한 대형 참사로, 신호 전달 오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6년 10월 28일 오전 9시,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남쪽 톨레도 인근에서 고속열차 두 대가 정면 충돌했다. 민영 철도회사 이리오의 열차와 국영 철도회사 렌페 AVE의 열차가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로 향하던 중 발생한 이 사고로 최소 64명이 사망했으며, 부상자 수는 179명에 달한다. 사고 당시 렌페 AVE 열차에는 397명, 이리오 열차에는 147명이 탑승해 총 544명이 운행 중이었다.
이 중 한국인 탑승객 6명은 가벼운 부상을 입어 대사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임수석 주스페인 대사는 "우리 국민은 6명이 탑승해 있었고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며 "추가 피해가 있는지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28일 언론공지를 통해 "현재까지 우리 국민 경상자 9명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월 안달루시아주 코르도바도 아다무스 인근에서 열차 충돌로 46명이 사망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발생한 대형 참사다. 당시 사고는 철도 유지보수 투자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거세게 제기됐다. 이번 사고 역시 신호 전달 과정의 오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스티야라만차 광역자치주 대변인은 "이번 사고로 최소 10명이 사망했고, 그 수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으며, 주지사 에밀리아노 가르시아파헤는 "64명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그 수는 분명히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스페인 철도 시스템의 안전 관리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다. 렌페 AVE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고속열차로, 200公里/h 이상의 속도로 운행되며, 2004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이리오 역시 민간 철도 회사로, 2010년대 이후 주로 중거리 노선에 투입됐다. 두 회사의 열차가 같은 노선에서 정면 충돌한 것은 이례적이다.
사고 현장에서는 객차 2량이 탈선하고 일부 객차가 선로 아래로 떨어지면서 구조 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에스테르 파디야 카스티야라만차 광역자치주 대변인은 "부상자들은 병원으로 이송 중이며, 파손 정도가 가장 심한 2개 객차에서 생존자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사고를 국가적 참사로 인식하고 있다. 페도르 산체스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톨레도에서 발생한 심각한 열차 사고에 충격을 받았다"며 "모든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위로와 연대의 뜻을 전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국왕 펠리페 6세도 엑스에 "이번 열차 사고에 깊은 슬픔과 근심을 느낀다"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슬픔에 공감하며 부상자에게도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예정된 선거 유세 일정을 모두 연기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이며, ADIF(스페인 철도국)와 렌페, 이리오의 공동 조사팀이 현장 조사에 나섰다.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서 뒤따라오던 렌페 AVE 열차와 앞서 있던 이리오 열차 간의 신호 전달 과정에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DIF(스페인 철도국)는 사고 직후 신호 시스템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두 열차가 충돌 직전에 동일한 구간을 통과하는 데 필요한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이는 신호 시스템의 중앙 제어 장치에서 발생한 오류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산악 지대에 위치한 우르다 구간의 신호 전달 지연이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인 탑승객 6명은 사고 직후 현장에서 구조됐으며, 모두 경미한 부상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외교부는 이들이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동과 치료 지원을 위해 영사관 소속 인력이 현장에 파견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병원에서 상태를 확인받고 있으며, 추가적인 의료 지원이 필요할 경우 즉시 조치할 예정이다.

스페인 정부는 사고 원인 조사에 대해 신속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ADIF와 렌페, 이리오의 공동 조사팀은 사고 발생 3시간 내 현장에 도착해 신호 기록, 열차 자동 제어 시스템의 로그 데이터, 운전사의 음성 기록을 확보했다. 특히 이리오 열차의 운전사가 사고 직전 신호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진술이 나왔으며, 이는 시스템의 인식 오류 또는 인력 교육 부족을 시사한다. 조사팀은 사고 발생 72시간 내에 초기 조사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이번 사고는 철도 안전 시스템의 인적 오류와 기술적 결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월 사고 이후 철도 유지보수 투자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개선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사고는 철도 운영사 간의 통신 시스템 격차, 신호 시스템의 중앙화 부족, 그리고 인력 교육의 미흡을 시사한다. 스페인 정부는 사고 조사 결과를 3주 이내에 공개할 예정이며, 관련 법안 개정도 검토 중이다. 사고 현장은 톨레도 주의 우르다 지역으로, 지형이 복잡한 산악 지대에 위치해 있다. 이로 인해 신호 전달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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