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환율 익숙한 X세대, 소비 위축 덜 겪어

한은 분석, 반복된 환율 급등 경험은 가계 적응의 핵심

·3분 읽기
"고환율 익숙"⋯경험 많은 X세대, 환율 급등기 가계소비 덜 줄인다
요약
  •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환율 급등 경험이 많은 X세대는 소비 위축을 덜 겪었다.
  • •자산이 적거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가구일수록 환율 급등에 대한 적응력이 높았다.
  • •정책당국은 가계의 합리적 적응을 뒷받침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최영준 부국장은 'BOK 경제연구: 환율급등 경험과 가계소비 간의 관계 분석' 보고서를 통해 "환율 급등 경험이 많을수록 환율 상승이 가계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위기와 팬데믹 등을 거치며 환율 급등을 반복적으로 겪은 과거 세대일수록 소비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흐름이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특히 X세대(1965∼1979년생)는 고환율 환경에서도 소비 감소를 완화하는 적응력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고환율 위기를 체감한 기간이 짧은 MZ세대(1980∼1995년생)는 환율 급등 시 소비 위축 반응이 유의미하게 크게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1998~2024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해 실시됐다. 최 부국장은 "과거 환율 급등을 많이 겪은 가계일수록 현재 환율이 오를 때 나타나는 소비 위축 효과가 유의하게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경제 이론과 실증연구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고 실질소득을 감소시켜 가계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주요 경제 충격 국면을 비교해 보면 환율이 급등하더라도 민간소비와 소비자심리지수가 과거 1997년처럼 장기간 급락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등하는 흐름이 관찰됐다.

이 소식이 놓인 지표 환경

  • 원/달러 환율 1,355.7원 (10월 1일 기준) — 직전 집계보다 2.7원 내렸다
  • 국고채 3년물 금리 4.011% (9월 30일 기준) — 직전 집계보다 0.065% 내렸다

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최 부국장은 "이런 분석 결과는 가계가 반복적인 환율 급등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가계의 적응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적응 효과'는 X세대와 자산이 적은 가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가구에서 두드러졌다. 자산 규모가 작거나 DSR이 높은 가계일수록 환율 급등에 따른 적응적 소비 행태가 더 강하게 나타났다.

최 연구위원은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한 외환당국의 정책적 대응과 더불어 가계 스스로가 고환율 환경을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학습해 대응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선택재인 통신비 등 불필요한 지출을 선제적으로 줄임으로써 전체 가계 소비 붕괴를 방어하는 방식이 관찰됐다. 이는 필수적인 기초소비재보다 줄이기 쉬운 지출 항목을 중심으로 소비를 재조정한 결과다.

최 부국장은 "가계가 반복적인 환율 급등을 겪으면서 경제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정책당국 역시 단순 단기 충격 완화 대책에 머물지 않고, 경제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가계의 합리적 적응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가계의 적응적 소비행태가 취약계층과 특정 세대를 중심으로 불균등하게 나타나는 만큼, 적응 과정에서 계층 간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도록 맞춤형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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